중학교 1학년의 남학생들.
정말 넘치는 혈기와 성욕이 머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 무렵,
나는 비교적 평화주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1-2주일에 한 번 정도는 같은 반 아이랑 싸웠던 것 같다.
다퉜다는 게 아니라, 정말 주먹다짐을 했다는 얘기다.
남자들 특유의 본능이 있다.
아, 이 놈은 건드리면 안 되겠구나,
얘는 빵셔틀로 써도 별 탈 없겠구나.
그 기준이 체격이나 싸움기술로 결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깡이다.
나보다 세 보이는 놈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경우에, 싫다고 하고, 상황에 따라 싸워야 한다.
안경 정도는 날아갈 걸 각오하고 먼저 주먹을 날려야 하고,
그래야만 빵셔틀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나이의 성호르몬 때문인지, 너무나 본능적으로 누구에게 굽혀야 하고 누구에게는 심부름을 시켜도 되는지,
아이들 대부분은 아주 명확하게 알고 있다.
중학교는 여러 가지 의미로 아주 개판이었다.
그 나이에 당연하게 찾아오는 반항심, 하루 종일 계속되는 성욕과 호기심, 빈부격차 등,
중학교 2학년 때 키 성장이 멈춰버린 나에게는 더더욱 하루하루가 엉망이고 절망적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맨날 싸웠을 수도 있다.
그때 문득,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 한 명과 뭔가 뜻이 통했다,
직접적인 말을 전혀 꺼내지 않고서도 서로의 목적이 같다는 걸 우린 알았다.
용돈을 조금씩 모아서, "우리는 죽기로 결심했다."
그때는 의약분업이 시행되기 전이었다.
"엄마가 수면제 사 오래요."라고 하면, 아무런 의심 없이 약을 받을 수 있었다. 약을 모으기 시작했다.
지하철 3호선 옥수역 플랫폼에서, 절반씩 나눠먹었다.
그리고 헤어졌다.
그 후로 그 친구는 아주 오랫동안 친했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단 한마디의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어렸던 때였지만 그 친구도, 나도, 설마 그 정도의 적은 약으로 죽겠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그러다가 어쩌다 약간의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따위의 생각 정도.
마치 러시안룰렛을 하는 것처럼.
약에 취한 나는 옥수역 벤치에서 몇 시간을 자다가, 지하철을 타고 또 몇 시간을 자다가, 밤늦게서야 들어왔다.
당연히, 내가 약에 취해있었단 걸 알았던 사람은 없었으리라.
그때 내가 왜 죽을 생각을 했고, 친구와 약을 먹었었더라, 왜 그랬더라?
그때는 그 문제가 나에게 정말 심각한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왜 그랬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왜 기억이 나지 않을까?
그때에는 나에게 중요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겠지.
시간만 지나면 해결될 수 있는 것들,
내가 그때 생을 마감했더라면.....
나는 행복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