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줄 요약]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실제로 성인기에 처음 발병하는 것이 아닌, 어린 시절부터 존재하였지만 성인이 되어서야 명확하게 진단되거나 인식되는 상황입니다. 이는 초기 증상이 미묘하거나, 다른 문제들로 인식되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는 대표적인 신경발달 장애로, 이 질환은 소아기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 중에서는 약 50% 정도에서 성인기까지 증상과 기능 저하가 계속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및 국제적인 인식의 변화를 바탕으로, 2013년에 발표된 DSM-5에서 성인 ADHD의 진단기준이 처음으로 정밀하게 구체화되었습니다. 이는 성인에서의 ADHD에 대한 인식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변화였습니다.
한편, 대한민국에서는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 9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KFDA)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성인 ADHD에 대한 약물치료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성인에서의 ADHD 진단이 있더라도, 공식적인 약물치료 프로토콜이 없어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는 데 제약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성인 ADHD는 비교적 '최근에' 정의되고 인정받기 시작한 질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ADHD에 대한 과학적 및 사회적 인식의 발전을 반영하는 것이며, 앞으로도 연구와 치료방법의 개선을 통해 환자들에게 더 나은 도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성인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에 관한 공식적이고 근거 기반의 인식은 아직 미흡하며, 이로 인해 많은 오해와 잘못된 판단이 있습니다.
저희 의료기관에서 성인 ADHD 진단을 원하며 내원하는 환자들 중 실제로 ADHD로 진단받는 환자는 대략 30%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70%의 환자들은 어떠한 진단을 받게 될까요? 그 대부분은 불안장애나 우울증과 같은 다른 정신건강 문제로 인해 주의집중력이나 인지기능에 일시적인 저하를 겪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ADHD로 인한 주의 집중력의 저하와 불안 및 우울로 인한 인지기능의 저하를 구별하는 명확하고 확고한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두 상태가 일으키는 결과나 증상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환자의 자세한 과거력을 청취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경험이 풍부한 정신건강 전문가가 신중한 진단을 내리는 방법이 가장 정확하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소아 및 청소년기에 ADHD 진단이 비교적 명확한 반면, 성인에서의 진단은 왜 이렇게 모호한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ADHD로 인한 주의 집중력 저하와 다른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주의 집중력 저하 사이에 명확한 구별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소아 및 청소년기에 ADHD의 특징적인 증상과 징후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증상이 성인기까지 연속적으로 지속되는지"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게 됩니다.
진단의 참고 자료로, DIVA-5라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진단 도구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 도구는 다양한 질문을 통해 환자의 ADHD 관련 증상과 징후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이 도구를 완벽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약 한 시간 가량의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DIVA-5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구요, 이 진단도구의 가장 첫 서문을 인용하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DSM-5에 따르면 성인ADHD진단은, 성인기 뿐만 아니라 아동기에 ADHD증상이 존재했는지를 확정짓는 것이다. 이 진단을 위해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조건들은 ADHD증상이 아동기에 시작했다는 것과 현재 평가를 하는 이 순간까지 평생 성격상 특성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네, 이 부분입니다.
갑자기 최근에 발생한 집중력, 주의력 저하는 다른 원인에 의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증상이, 조금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형태는 다소 다르더라도 핵심증상은 비슷한 정도로 '지금 현재'까지 존재해야 합니다.
그래서 DIVA-5의 문항은 다소 구체적이고, 성인ADHD 진단의 핵심을 뚫고 있습니다.
아래 DIVA-5에서 진단을 위한 질문의 예시를 조금 보여드리겠습니다.
네, 이렇게, 아동기에서도ㅡ성인기에서도 비슷한 증상들이 나타나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 의원에 성인ADHD가 궁금해서 오시는 분들에게 일단 첫 질문을 던집니다.
"그 증상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이 질문에서,
"음,.... 3-4개월 전 부터 그런 것 같아요." 같은 '갑자기 발생한 증상'을 호소한다면, 성인ADHD일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대답하시는 분들입니다.
"음....중고등학교 때에도 좀 물건도 잃어버리고 주의가 산만했던 것 같아요."
하아, 애매해집니다. 그때 어느정도였는지, 정말 그로 인한 생활에 지장이 있었는지를 심층적으로 면담하다보면 (소아청소년기 때 진단받을 기회를 놓친) 성인ADHD인지, 아닌지를 진단할 수 있게 됩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본인의 왜곡될 수 있는 기억보다는 당시 보호자, 같이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애매한 경우에서 C.A.T (Comprehensive Attention Test : 종합주의력검사) 같은 검사들이 다소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결코 그 검사 하나만으로 ADHD이다, 아니다를 결정할 수 없습니다. 불안이나 우울이 심한 분들도 주의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C.A.T 같은 검사를 해도 애매하게 비슷한 결과들이 나오게 됩니다.
소아기에서 그나마 ADHD 진단이 수월한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불안/우울 등이 주의집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구요, C.A.T.같은 검사는 반응속도/정답확률 등을 보게 되는데, 일례로 마우스 조작이 불편하신 분은 반응속도가 느려지게 됩니다. 컴퓨터와 별로 친하지 않으신 분은 키보드를 치는 반응속도나 키보드를 잘못 누를 확률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 의원에서 C.A.T.를 하실 때에는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구비해서, 키보드/마우스 사용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을 배려합니다. 당연히 마우스/키보드도 사용 가능합니다. :D ) 그리고 성인이 될수록 '학습능력'이 생깁니다. 아무래도 두번, 세번, 검사하거나, 비슷한 종류의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게임 같은 것을 많이 해보신 분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집중력, 기억력이 떨어져서 방금 들은 말도 잘 기억이 안나고, 물건도 잘 흘리고 다니고, 주의력이 떨어지니까 "왜 이렇게 말귀를 못알아먹냐"고 구박받고, 영화나 책을 봐도 끝까지 보기 힘들거나 어렵고.....
이런 경우에 성인ADHD도 고려해 봐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불안장애/우울장애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인ADHD이든, 불안장애/우울장애든, 치료가 가능하니 미리 걱정하지 마시고, 고민만 하시면서 인터넷에 떠도는 부정확한 정보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고, 정신과 전문의와의 세심한 면담과, 신중한 판단을 통해 여러분의 어려움에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D